스마트폰과 노트북이 놓인 작업 공간

애플 개발자 계정 연회비 99달러, 비싸지 않다는 이야기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 연 99달러는 등록비가 아니라 전 세계 결제·정산·세무 인프라의 이용료다. 175개 스토어프론트, 15% 수수료, 한국 개발자에게 특히 그런 이유를 계산했다.

요약부터. 연 99달러는 앱 등록비가 아니라 전 세계 결제·정산·세무 인프라의 연간 이용료다. 175개 스토어프론트 판매, 나라별 부가세 처리, 환불과 사기 차단, 원화 정산이 전부 포함이고, 부업 규모 개발자의 수수료는 30%가 아니라 15%다. 계산해보면 헐값이라는 게 이 글의 주장이다.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은 연 99달러다. 구글 플레이는 가입 때 25달러 한 번이면 끝인데, 애플은 매년 낸다. 수익이 0원인 해에도 낸다. 1인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애플 욕이 나올 때 단골로 나오는 항목이고, 나도 처음엔 그랬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99달러가 사는 게 뭔지 한 번 계산해본 뒤로다.

그 돈이 사는 것

앱스토어에 앱을 올리면 그 순간부터 이게 된다.

  • 전 세계 175개 스토어프론트에서 판매
  • 각 나라 통화로 가격 표시와 결제
  • 각 나라의 결제 수단 지원 (한국 카드, 일본 편의점 결제, 유럽 계좌이체까지)
  • 부가세, 판매세 처리. 나라마다 다른 세율을 애플이 징수하고 신고한다
  • 환불 처리, 결제 분쟁, 사기 거래 차단
  • 정산은 내 통장에 원화로 들어온다

이걸 직접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만들 수 없다. 과장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불가능하다. 유럽에 앱을 팔려면 나라별 부가세를 계산해서 신고해야 하는데, 한국의 개인사업자가 그걸 직접 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글로벌 결제사와 계약하려 해도 1인 사업자는 심사 대상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즉 99달러는 등록비가 아니다. 전 세계 결제·정산·세무 인프라의 연간 이용료다. 그렇게 부르면 헐값이다.

수수료 30%는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럼 판매 수수료 30%는?"이 다음 반론이다. 셋으로 나눠 보자.

첫째, 소규모 개발자는 30%가 아니다. 연 수익 100만 달러 이하는 소규모 사업자 프로그램으로 15%다. 부업 개발자는 전원 여기 해당한다. 우리에게 30%는 남의 이야기다.

둘째, 15%에는 결제 수수료만 있는 게 아니다. 위에 적은 세무 처리, 환불, 사기 방지, 환전, 국가별 규제 대응이 다 포함이다. 국내 PG만 써도 결제 수수료에 세무는 별도인데, 애플 수수료는 그 전체를 덮는 가격이다.

셋째, 그럼에도 15%는 큰 숫자가 맞다. 특히 매출이 커질수록 절대액이 커진다. 다만 그 시점의 고민은 행복한 고민이고, 부업 단계에서 15%를 아끼려고 우회 결제를 설계하는 건 순서가 틀렸다. 아직 벌지도 않은 돈의 15%를 아끼는 것보다 일단 버는 게 먼저다.

한국 개발자에게는 특히 그렇다

이 계산이 한국에서 더 기우는 이유가 있다. 한국 개발자는 해외 결제를 직접 받을 수단이 유독 없다. 해외에서 표준처럼 쓰는 결제 서비스가 한국 사업자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Stripe를 못 쓰는 한국 개발자의 대안에 따로 정리했다).

그래서 "인앱결제 수수료가 아까우니 웹 결제로 빼자"는 전략이 한국 1인 개발자에게는 성립 자체가 어렵다. 웹으로 빼면 글로벌 결제를 받을 수단부터 다시 찾아야 한다. 애플과 구글의 인앱결제는 우리에게 사실상 유일하게 열려 있는 글로벌 판매 채널이다.

시장의 방향도 참고할 만하다. 규제로 외부 결제가 일부 열린 뒤에도, 소규모 개발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외부 결제를 붙이는 순간 결제 성공률, 환불 CS, 세무가 전부 자기 일이 된다는 걸 다들 계산해본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까운 순간은 온다

균형을 위해 적어두면, 99달러가 진짜 아까운 경우도 있다.

  • iOS 앱을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 없는데 갱신일이 돌아올 때
  • 무료 앱만 있고 결제 기능을 전혀 안 쓰는데 연회비만 나갈 때

전자는 갱신을 미루면 되고 (앱이 내려가는 조건은 확인해야 한다), 후자는 사실 광고 수익이 있다면 그 인프라 (심사, 배포, 인증서) 를 쓰고 있는 거라 완전한 낭비는 아니다.

정리

  • 99달러는 등록비가 아니라 전 세계 결제·세무 인프라 이용료다
  • 부업 규모면 수수료는 30%가 아니라 15%다
  • 한국 개발자에게 인앱결제는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라 거의 유일한 글로벌 결제 수단이다
  • 그러니 연회비를 아까워하는 에너지로 앱을 하나 더 만드는 쪽이 남는 장사다

연 13만 원짜리 글로벌 사업 인프라. 나는 그렇게 정리하고 더는 아까워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