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부터. 유틸 앱은 반복되는 필요를 팔고, 게임은 감정과 돌아올 이유를 판다. 그래서 광고 문구도, 리텐션의 원천도, 운영 비용도 다르다. 다만 게임의 장치 중 스트릭, 수집, 손맛, 오늘의 것 네 가지는 콘텐츠 공장 없이도 유틸 앱에 이식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쓰고 있다.
내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유틸리티 앱이다. 계산기류, 학습 도구, 기록 도구. 그런데 몇 개는 게임이다. 유틸을 만들던 방식 그대로 게임을 만들고 광고하다가, 두 세계의 규칙이 다르다는 걸 몸으로 배웠다. 그 차이에 대한 글이다.
광고 문구에서 먼저 드러난다
유틸리티 앱의 광고는 스펙을 말하면 된다. "이자 계산 3초", "오프라인 지원", "광고 없이 무료". 사용자에게는 해결하려는 문제가 이미 있고, 광고는 "이 앱이 그 문제를 푼다"만 증명하면 된다.
같은 방식으로 게임 광고를 쓰면 이렇게 된다. "스테이지 100개", "오프라인 플레이 지원", "다양한 캐릭터". 이 문구들의 문제는 틀려서가 아니라 아무 감정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게임을 설치하는 사람은 문제를 풀려는 게 아니라 기분을 사려는 것이다. 무서워지고 싶고, 시원해지고 싶고, 모으고 싶고, 이기고 싶다.
그래서 잘 되는 게임 광고는 스펙이 아니라 순간을 판다. 아슬아슬하게 실패하는 순간, 한 방에 정리되는 순간, 아까운 순간. 장르마다 파는 감정이 다를 뿐 구조는 같다. 스펙 나열은 유틸의 언어고, 게임은 감정의 언어를 쓴다.
리텐션의 원천이 다르다
더 근본적인 차이는 리텐션이다.
유틸리티의 리텐션은 필요의 반복에서 나온다. 환율이 궁금할 일이 또 생기니까 환율 앱을 다시 연다. 앱이 잘해야 하는 건 "열었을 때 바로 되는 것"이고, 그래서 유틸 리텐션의 상한은 그 필요가 얼마나 자주 생기느냐로 정해진다. 내가 매일 쓸 일이 있는 앱만 만들려는 이유다.
게임의 리텐션은 필요가 아니라 상태에서 나온다. 어제 하다 만 진행, 모으다 만 컬렉션, 오늘 끊기면 아까운 연속 기록. 게임은 사용자의 머릿속에 "돌아올 이유"를 심는 장치를 직접 설계할 수 있다. 대신 그 장치는 콘텐츠를 계속 먹는다. 스테이지는 소모되고, 이벤트는 끝나고, 잘 되는 게임일수록 콘텐츠 공장이 되어야 한다. 1인 개발자에게 이건 무서운 이야기다.
정리하면 이렇다. 유틸은 만들기는 쉽고 리텐션의 상한이 낮다. 게임은 리텐션의 상한이 높고 그걸 유지하는 비용도 높다.
유틸 앱이 게임에서 훔쳐올 것들
그래서 나는 게임을 주력으로 삼지는 않는다. 대신 게임이 리텐션을 만드는 장치 중에, 콘텐츠 공장 없이도 작동하는 것들을 유틸에 이식한다.
- 연속 기록. 학습 앱의 스트릭은 콘텐츠를 안 먹으면서 "오늘 안 하면 아까운" 상태를 만든다
- 수집. 기록이 쌓이는 화면을 잘 만들면 데이터 자체가 컬렉션이 된다
- 즉각적인 손맛. 버튼 하나에도 소리와 반응이 있으면 같은 기능도 다시 열고 싶어진다
- 오늘의 것. 오늘의 문제, 오늘의 요약처럼 매일 갱신되는 한 조각은 유틸에 넣을 수 있는 가장 싼 "돌아올 이유"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게임의 감정 장치 중 운영 비용이 0에 가까운 것들이라는 점이다. 스테이지 100개는 못 만들어도 스트릭은 만들 수 있다.
그래도 게임을 놓지 않는 이유
수익 구조만 보면 나 같은 규모에서 게임은 비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런데도 포트폴리오에 게임을 계속 두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광고 단가다. 게임 사용자는 광고 (특히 보상형) 를 자발적으로 보는 빈도가 높아서 (광고 배치 원칙에서 보상형을 다뤘다), 같은 활성 사용자라도 지면의 질이 다르다. 다른 하나는 학습이다. 감정을 파는 훈련, 돌아올 이유를 설계하는 훈련은 게임에서 제일 빨리 는다. 그리고 그 훈련의 결과물은 위에 적었듯 유틸로 다시 흘러들어온다.
기능을 파는 앱과 감정을 파는 앱을 하나씩 만들어보면, 앱이라는 같은 단어 아래 완전히 다른 두 사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둘 다 해보는 걸 권한다. 주력은 자기 체급에 맞는 쪽으로 하되.



